스페셜티 커피가 왜 특별한가 설명하는 과정이 바로 `커핑(cupping)`이다. 커핑은 커피의 향과 맛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커피 샘플의 전반적인 품질과 개별 특성 및 특정 향미 노트를 수량화해 분석한다. SCA 프로토콜에 따른 커핑 과정을 통해 커피를 평가하고 커핑을 진행하는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커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커핑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커피앳웍스, 이디야커피랩, 폴바셋 등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은 물론이고, 각종 커피 행사에서도 커핑을 체험할 수 있었다. 수많은 로스터리 카페들도 커핑 클래스를 열어 사람들에게 커핑 과정과 함께 커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 왔다. `커피 클래스`, `커핑` 등이라고 검색만 해도 손쉽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커핑 체험 자리 대부분이 기약 없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커핑은 SCA에 의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염격한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된다. 프로토콜에는 물, 원두의 상태, 추출 방식, 커핑 방법, 커핑 공간의 조건 등이 다양하게 정해져 있다. 커퍼는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커핑 전까지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후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화장품, 향수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커핑 체험은 코로나19로 인해 변경된 프로토콜에 따라 기존 커핑볼 안에 커피를 스푼으로 떠서 테이스팅하는 방식이 아닌 스푼을 통해 개인 컵에 옮겨서 테이스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커핑 체험은 총 3가지 원두를 두고 이뤄졌다. 단일 생산지에서 생산된 싱글 오리진 원두인 `에티오피아 내추럴`과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앳웍스의 블렌딩 원두인 `블랙앤드블루` 총 3종의 원두를 커핑했다.
커핑 첫 단계는 원두의 향(fragrance)을 맡는 것이었다. 커핑볼에 코를 대고 향을 맡아 봤다. 이때 느껴지는 과일향, 탄 누룽지향 등 자신에게 느껴지는 향을 솔직하게 커핑폼에 적고 점수를 매기면 된다. 다음 단계는 커핑볼에 물을 붓고 향을 맡는다. 커핑볼에 물을 부으면 `크러스트(crust)`라 불리는 부유물이 표면으로 올라와서 층이 만들어진다. 이때 스푼으로 표면을 살짝 저어주는 `브레이킹(breaking)`을 진행하면서 올라오는 `향(aroma)`을 맡으면 된다. 크러스트를 걷어내는 `스키밍(skimming)` 후 드디어 커피를 마시는 단계에 접어든다. 커피를 커핑볼에서 개인 스푼을 활용해 개인 컵으로 옮긴 후 마시면 된다. 이때 커피를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후루룩 소리를 내며 `슬러핑(slurping)`을 하면서 마시는 게 중요하다. 커피를 순간적으로 입안에 분사시키는 과정이 슬러핑이다. 슬러핑을 통해 커피와 산소가 만나면서 더욱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커핑은 한 번만 마시고 끝나지 않는다. 커피가 식어 가면서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맛과 향을 반복해서 느끼며 커퍼는 주요 항목들에 6~1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평가지인 커핑 폼에 점수를 기록한다.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 커핑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향과 맛에 비유해 커피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을 맴돌 뿐 정확한 단어를 고르기 쉽지 않았다. 맛과 향의 차이를 느끼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점수 매기기였다.미세한 향과 맛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커퍼들은 아로마 키트 등을 활용해 향의 종류와 특징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한다. 또 하루 동안 수십, 수백 잔의 커피와 함께 살아가며 맛과 향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커퍼는 일상생활에서도 미각과 후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커핑 체험이 끝나고 한규철 과장과 커피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발효 커피`, `게이샤 커피`, `콜롬비아 엘 시나이 타비 내추럴`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함께 커피에 관한 대화를 이어갔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잠을 깨우는 카페인 가득한 음료일지 모른다. 하지만 커피에 담긴 이야기들을 생각한다면 커피 향과 맛은 달라질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래서 특별한 일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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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1, 2020 at 03: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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