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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 2020

커피 내리던 바리스타, 축산폐기물 마유(馬油)로 기능성 화장품 개발 - 조선비즈

kuahbasolah.blogspot.com
입력 2020.07.03 12:03 | 수정 2020.07.03 12:06

쓸모가 없어 버려지던 마유(馬油·말기름)가 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됐다.

개발의 주인공은 유종필 제주리베 대표(46)다. 하지만 그는 화장품과 인연이 전혀 없다. 10년 이상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내린 바리스타다.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종일 서서 일했다. 체력은 떨어졌고, 결국 종아리에 아토피까지 생겼다. 가려움증 때문에 긁다보니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용하다는 피부질환 전문 병원도 도움이 안됐다. 사실상 치료를 포기했다.

유종필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마유크림을 소개하고 있다. /유종필 제공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마유를 접했다. 말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마유가 아토피 증상에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병원 치료조차 효과가 없었던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주마에서 추출한 기름을 바르기 시작했다. 일주일쯤 지나자 가려움증이 완화된 것을 느꼈다. 증상은 조금씩 나아져 6개월쯤 지나 지긋지긋한 아토피 가려움증에서 벗어났다.

상품으로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걸림돌은 마유 특유의 냄새였다. 피부에 흡수가 잘 안 되는 기름 특성 탓에 옷이나 이불에 묻으면 냄새가 진동했다.

효능이 좋아 포기하기 못했다. 흡수가 잘 되고 냄새를 없애는 방법을 찾기 위해 꼬박 2년을 매달렸다.

그는 먼저 옛날부터 마유가 쓰여온 사례를 수집했다. ‘잦은 분장 때문에 피부가 상한 기생과 광대가 마유를 썼다(명의별록)’, ‘주름·기미·주근깨·거친 피부에 효과를 보인다’는 기록(본초강목)을 비롯해 고전 삼국지의 ‘명의 화타가 화살에 맞은 유비의 상처에 마유를 발랐더니 빨리 치유됐다’는 대목, ‘칭기즈칸의 군대가 행군할 때 마유를 상처 치유제로 준비했다’는 일화 등 마유의 효능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기록을 바탕으로 마유에 관한 현대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술자료에 관한 자료도 수집했다. 그 결과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마유를 써 온 일본에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고, 한국도 말 사육의 본고장인 제주도 몇몇 기관에서도 마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

마유의 효능을 대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마유 크림 제조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말 도축업자를 통해 가공하지 않은 말의 지방만 구해 기름을 추출했지만 쉽지 않았다. 소나 돼지 지방에서 기름을 뽑는 방식도 이용했지만 실패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지방이 탔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추출량이 적거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지어 기름 추출을 위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증기를 쐬어 보기도 했다. 세라믹 재질의 핸드 로스터기 안에 말의 지방을 넣고 불에 달구며 기름이 추출되는지도 관찰했다. 더치커피 추출기에 말의 지방을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흘려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성에 차지 않았다.

연속된 실패에서 얻은 소득도 있다. 카페에서 일하며 생긴 손가락 습진이 마유 추출 방법을 실험하면서 호전된 것이다. 마유에 대한 신뢰는 더욱 강해졌고, 그 결과 연구를 중단할 수 없었다.

마유 추출에 적당한 온도만 찾아낸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수 차례 실험을 통해 말의 지방에서 순도 높고 깨끗한 기름을 추출하는 적정 온도를 찾아 냈다.

이후 불쾌한 냄새를 없애고 화장품으로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피부 진정에 도움을 주고 피부 흡수를 높여주는 알로에 추출물,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는 자몽 추출액, 방향제 역할을 하는 라벤더 허브 오일을 섞는 황금 혼합비율을 찾아냈다. 부작용 테스트를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도 받았다.

이후 카페를 자주 찾는 친한 지인들에게 마유 크림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일시적인 삼투압 현상이 때문에 피부 당김 현상을 지적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는 "다른 동물성·식물성 오일과 달리, 피부 표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피부 피하지방까지 스며 보습과 피부재생의 역할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자신만의 비법으로 ‘슈벌(Cheval)크림을 만들어 판매한다.

유종필 대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부 트러블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유 크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마유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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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3, 2020 at 10:0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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