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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19, 2020

이맛에 커피 쏜다, 슬기로운 사회생활로 쾌조의 3연승 - 조선일보

kuahbasolah.blogspot.com
입력 2020.07.20 00:07

롯데 에이스 스트레일리, 19일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3연승 달성
한때 두달 가까이 승리 없던 비운의 에이스
8일 한화전부터 커피 돌리면서 연승 행진

환하게 웃는 스트레일리. 한때 비운의 아이콘이었지만 이제는 3연승으로 웃을 만 하다. / 연합뉴스
환하게 웃는 스트레일리. 한때 비운의 아이콘이었지만 이제는 3연승으로 웃을 만 하다. / 연합뉴스

1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는 두 외국인 에이스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32·미국)와 삼성의 데이비드 뷰캐넌(31·미국)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를 앞둔 둘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스트레일리의 평균자책점은 2.07로 리그 4위. 하지만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며 3승(2패)에 머물러 있었다. 뷰캐넌의 평균자책점은 3.48로 9위. 그렇지만 스트레일리와 달리 이미 8승(3패)을 올린 상태. 7월 들어 쾌조의 3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뷰캐넌은 1회초 롯데 이대호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스트레일리에겐 아주 귀중한 점수가 됐다.

스트레일리도 1회부터 위기를 맞았다. 삼성 타자들의 커트에 투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연신 땀을 훔쳤다. 그는 1회에만 37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허문회 롯데 감독이 총력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스트레일리가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한다면 불펜에 큰 부하가 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에이스답게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3~5회는 삼자 범퇴로 처리하며 투구 수를 크게 줄였다. 6회에 구자욱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2-1로 앞선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투구 수는 98개. 롯데는 이후 필승조인 구승민과 박진형, 김원중이 차례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롯데의 2대1 승리. 스트레일리는 감격의 3연승을 거뒀다.

스트레일리가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스트레일리가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때 스트레일리는 1승 올리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다. 지난달엔 네 번 등판해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승리가 없었다. 네 번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지며 이닝이터의 역할을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5월 10일 SK전에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두 달 가까이 부족한 득점 지원 등 불운이 겹치며 2승째를 올리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이런 스트레일리를 보며 비운의 에이스였던 브룩스 레일리(32)를 떠올렸다. 롯데에서 5시즌 동안 활약한 레일리는 세 시즌 10승 이상을 거둔 든든한 1선발이었다. 하지만 2018시즌(5.05)과 2019시즌(3.68) 연달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특히 2019시즌엔 평균자책점이 3점대(3.88)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5승(14패) 밖에 거두지 못했다. 스트레일리가 이렇게 레일리의 전철을 밟자 일부 롯데 팬들은 스트레일리의 등록명을 성(姓) 대신 이름인 ‘댄’으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트레일리의 불운이 풀린 건 지난 8일 한화전이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 잘 해보자는 의미로 커피를 돌리며 ‘한국식 사회생활’을 실천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두 번째 승리를 올렸다.

이제는 커피 돌리는 게 루틴이 됐다. 스트레일리는 14일 LG전과 19일 삼성전을 앞두고도 커피를 쐈고, 결과는 3연승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일리의 올 시즌 기록은 4승2패, 평균자책점 2.03이다. 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구창모(4.04) 다음으로 높은 3.67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득점 지원은 2.74로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낮다. 아무래도 커피 돌리는 이벤트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일리는 경기 후 “1회에 공이 좀 많았지만 자주 겪어봤던 상황이라 준비한 대로 던지는 데 집중했다. 어린 시절의 나였으면 당황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불운했던 탓인지 3연승에 대한 솔직한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정말 기분 좋다”며 “이 기운을 쭉 이어가고 싶다. 경험상 잘 안 되더라도 화를 내는 것보다는 웃으며 즐길 때가 결과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14일 LG전 이후 나흘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그는 “며칠을 쉬고 등판하는지는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는 감독님이 부를 때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게 선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일리가 아버지의 선행을 자신의 SNS를 통해 알렸다. / 스트레일리 트위터
스트레일리가 아버지의 선행을 자신의 SNS를 통해 알렸다. / 스트레일리 트위터

남다른 책임감으로 올 시즌 롯데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는 스트레일리는 최근 아버지에 대해 자랑을 하기도 했다. 전직 소방관인 아버지는 미국에서 캠핑을 갔다가 물살에 휩쓸린 아이를 보고 물속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다. 구조를 하는 과정에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아버지는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됐다. 스트레일리는 “전혀 나에겐 놀랍지 않은 이야기”라며 “소방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소방서에 자주 드나들며 매일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수많은 생명을 구한 아버지처럼 스트레일리는 위기 속 롯데를 구하고 있다. 지난 8일 한화전과 이날 삼성전에서 모두 롯데의 연패를 끊고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개막 직후를 제외하곤 폭발적인 기세를 이어가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롯데가 지금 중위권 진입 경쟁을 하고 있는 데에는 확실한 1선발 스트레일리의 존재감이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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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9, 2020 at 10:0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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